아침묵상, 삶의향기/˝삶˝ 향기·유머·시

흔들리는 사람

resmile 2005. 9. 15. 09:00
흔들리는 사람 



 

 

-박남준

 

  뿌리를 그렇게 함부로 잘라 옮기는 게 아니었는데 이른

작년 앞산 너머 뽑아온 진달래가 시름에 겨워 힘겹다

청미래덩굴 칡덩굴 찔레나무 가시덤불에 휘감겨

일견 안쓰러웠더라도 그냥 거기 두는 것인데 그렇게

얽히고설켜 사는 것도 한세상이었는데

 

  욕심이었을까 진달래가 여위어갈수록 나의 봄날도

서러워져서 문 밖이 못내 무겁다 이런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도 불혹의 봄날이 흔들리는 나이였다니

 

  무거운 몸이 바닥이 없이 잠겨 있다 그때마다 갈증의

몸살이 진달래 움트지 않는 마른 가지에 완강하게 도사린다

뿌리 없는 것들이 바람을 부른다 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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