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죄를 뉘우칠 때는 누구라도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를 되돌아 보면 인간이 글로 남긴 반성의 기록은 무수히 많다. 세계 3대 참회록으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와 루소, 톨스토이의 '참회록'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작품들이다. 이들의 진솔한 고백에서는 다른 문학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영혼의 향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눈길을 끈 '반성문'은 지난 2000년 3월 로마교황청이 발표한 것이 아닐까 싶다. '회상과 화해:교회의 과거 범죄'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반성문에서 교황청은 유대인 박해, 십자군전쟁, 마녀사냥, 신대륙 학살 방조 등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행한 유대인 학살에 대해 "광신적인 나치스트들에 의해서만 자행된 일이 아니고, 교회의 책임도 크다"고 고백한 것이다.
어제 황우석 교수가 대국민 사과를 위해 국민 앞에 섰다. 지난해 11월 줄기세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세 번째다. 황 교수는 이날도 논문조작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자신은 "DNA검사 조작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을 거듭 펼쳤다.
황 교수는 이번에도 현란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문제가 된 핵심 사안을 비켜가기에 급급했다. 급박한 상황에 내몰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자회견을 하기는 했지만, 황 교수의 '말바꾸기'가 명백하게 드러난 자리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 의혹은 점점 증폭될 수밖에 없다.
사과란 뉘우치고 고쳐 나갈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다. 뉘우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다질 때 의미가 있다. 진정한 사과는 수사가 아니라, 그 속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느냐가 좌우한다. 황 교수의 연이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진심을 보지 못했다면, 기자가 잘못 본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