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과 '속도'에 지친 사람들...'단순함'과 '느림'의
시장 2005-11-01 ![]() |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의 진보는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20년 전 쯤 만화 속에서나 상상하던 개인 휴대통신과 원격조정, 가정용 로봇의 출현은 이미 현실화되거나 코 앞의 미래로 다가와
있습니다. 이런 기술의 진보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경영의 무기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겐 대표적인 수출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은 휴대전화 시장은 이런 기술적
진보의 치열한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5대 휴대폰 제조 업체로 자기매김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분야의
우위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보다 많는 기능과 속도를 제공하는 고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을 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죠. 이 전략은 휴대폰 시장이 이미 안정화된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실제로 지난 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노키아에 이어 2위 자리를 넘보기도 했었습니다. 모토롤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올들어서는 2위 모토롤라와 3위
삼성전자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복합화한 삼성의 기술적 우위가 반드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구심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양사간의 점유율 격차의 확대는 유럽이나 미주 시장에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인디아나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다양한 기능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시장의
특성 상 단순한 통화기능과 싼 가격에 매력을 느끼는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 모토롤라는 이들 시장에서 대당 30달러 안팎의
저가 제품을 대량 공급하는 전략을 세워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기술의 'OVERSHOORING'이 기업엔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일찌기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소비자나 시장의 수준이 기술적 진보의 성과들을 수용할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되는 첨단제품은 가격과 성능의 복잡함으로 오히려 불평과 불만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저명한 네그로폰테 교수도 미래 디지털 산업의 핵심적 과제를
'단순화'로 지적한 적도 있습니다. 기술진보와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록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하는 사회구성원의 규모가 확대될 수 있고, 이는 특히 우리 경제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IT산업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부적응과 OVERSHOOTING으로 인한 기업의
딜레마는 초기 컴퓨터 산업의 발전과정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된 문제였습니다. 월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제품들은 시장에서 밀려났고, 많은
천재적 기업가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술적 진보와 속도의 현란함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단순함'과 '느림'이 거꾸로 새로운 시장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가 지금 우리 기업들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두고 보면 인간에 대한 배려가 수반되지 않은 기술적 진보는 '성공'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의 얼굴'을 한 디지털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창현 기자 chyun@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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