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묵상, 삶의향기/˝삶˝ 향기·유머·시

군발상들

resmile 2005. 8. 31. 13:56
군발상들 



 

-  김록

 

고구마도 아닌 고구마줄기가

감자도 아닌 감자잎이

나를 괴롭혔다

어째서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너희가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거냐

너희의 구부러짐과 흐느적거림에 지쳤다

본디 단단하지 못한 너희를 삶고 데쳐서

더욱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나는 휴머니스트

너희가 땅속뿌리나 땅속줄기까지 미칠 수만 있다면

하지만 너희는 변덕꾸러기

태양의 가슴에 닿아 보려고

구름과 바람의 리듬에 동작을 익히려고

너희는 세월을 잃었다

그동안 땅속 뿌리와 줄기는 살이 올랐다

너희는 나로부터 버림받는다

하지만 나는 사려 깊은 농사꾼

너희의 태양과 구름과 바람에 대한 열정으로

나는 고구마와 감자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