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록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죽는 순간에도 사랑받고 싶어했다.
그 한 가지 오류만 빼면 깨끗하게 죽은 셈이다.
장미 새 술잔 아무 장식도 없이.
보드라운 피의 질량
아, 군더더기도 없이!
죽음의 활기 속에서 순수하게 죽어 갔다.
그가 완성한 것은 구원의 꿈
고작 잉태
아는가
그 죽음의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그것은 맹렬히 쫓아온다!
죽음의 참다움이 순결한 육체를 최초로 껴안듯이.
숫처녀의 몸속에 깃들어 있는 영혼을 집어삼키듯이.
그가 죽었다, 오
그가 죽었다.
이제 나는 살았다!
누구였을까
그를 살리려다 만 사람은.
죽음, 그것이 피어나려고 한다.
지상의 모든 생명력을 훔쳐 마신 듯 잔뜩 생기를 지니고서.
나는 자랑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멈춰 버린 것이 다시 꿈틀대는 것을
생이 지닌 본래의 모습을
삶이 가듯 죽음이 간다.
쾌적함이 나를 감싼다.
다른 것들의 소멸까지도…….
보시오, 난 이렇게!
그의 완성은 쉽지 않았다.
죽음을 상대로 결코 구걸하지 않았기에.
끝을 향한 그의 정열은
완성되지 않은 사랑에 대한 불길처럼 제물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협상은 죽음의 덕목이 아니다.
사랑 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은 탄생이 아니다.
작은 몸부림은
죽음이 지닌 완성의 참뜻이 될 수 없다.
나는 그의 죽음을 사랑할 뿐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사랑할 뿐 자신의 죽음은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짝사랑이 되리.
사랑의 대상은 죽음의 증거이니…….
보시오
난 이 모양으로 죽어 있소
그가 그렇게 원하던 사랑은 죽었다.
한 방울의 피, 눈물마다에 그의 사랑이 맺혀 있다.
제가 바로 당신이 찾던 세상이었습니까
자, 여기 있습니다.
다 가지세요
생의 고비를 다 넘긴 마지막 죽음이 다가오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