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나아가며/˝진정한˝ 공학도를위해

[스크랩] 수학 시험에는 안 나오지만 알아야 할 것들

resmile 2006. 4. 6. 22:23
내가 초.중.고등학생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고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공부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가끔 학생과 이런 대화를 한다.
- 이거 시험에 나와요?
= 아니, 이런건 시험에 안나와 ㅡㅡ;
- 에이~ 그러면 몰라도 되겠네~~~
= 그렇지 않아. 이것을 알지 못하면 이 다음을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혹은
- 이거 시험에 나와요?
= 엉~ 시험에 잘 나오는데 몰라도 상관 없는 거야.
- 네? 몰라도 된다고요?
= 엉~ 몰라도 수학 공부하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어
 그런데도 시험 문제에 나오니 짜증나지 ~~
나는 시험에는 안나오지만 수학 공부에 꼭 필요한 몇가지를 적으려고 한다.
이것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은 관점이므로 이 글을 읽는 당신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하는 편이다.
= 3*4 가 뜻하는게 뭐야?
- 12요
= 아니~ 3*4 가 얼마냐고 묻는 것이 아니고 그게 뜻하는게 뭐냐고?
# 3을 네번 더한 거요 <== 요게 내가 원하는 대답이지만
그런데 이 말을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 2^4 이 뜻하는게 뭐야?
- 16요
= 아니~ 2^4 이 얼마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뜻하냐고?
# 2를 네번 곱한거요 <== 역시 이것이 내가 원하는 대답이다.
그런데 이 말을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 역수가 뭐야?
- 분자와 분모를 바꾼 수요.
= 아니, 그것은 '역수를 어떻게 구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역수의 정의가 뭐야?
# 두 수를 곱해서 1 이 될 때, 한 수를 다른 수의 역수라고 해요.
고등학생들도 제대로 대답 못한다.
= (문자식을 다루는 단원을 공부할 때)a 가 뜻하는게 뭐야?
- 문자, 문자식
= 이게 문자는 맞아. 그런데 수학에서는 무엇을 표현할 때 문자를 적지?
# 수를 표현할 때 문자를 적어요.
의외로 문자가 초등학교 때 배우는 □(네모) 와 같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다.
그들은 수와 똑같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 3a 가 뜻하는게 뭐야?
- 3 하고 a 요
= 아니~ 3a 가 3 과 a 를 더하라는 거야? 빼라는 거야? 곱하라는 거야? 나누라는 거야?
# 곱하라는 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대답을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 3a + 5a 가 왜 8a 가 되지?
- 3과 5를 더한 다음에 a를 붙여야 하니까요.
= 그래, 수학 선생님들이 그렇게 알려주고 책에도 그렇게 계산하라고 나왔을 거야.
 그런데 왜 그렇게 계산하는게 맞지?
# 분배법칙(혹은 배분법칙) 때문에 3a + 5a = (3 + 5)a = 8a 가 되요.
이러한 대답은 고등학생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 방정식이 뭐야?
- x 가 들어있는 식요
= x 가 들어있으면 다 방정식인가?
 x 가 들어있는 식 가운데 어떠한 식이 방정식이야?
# x 값에 따라서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식요.
이 대답은 제대로 하는 사람을 못 봤다.
= 방정식의 해가 뭐야?
- x 값요.
= x 값? 어떠한 x 값을 방정식의 해라고 하는데?
# 주어진 등식을 참이 되게 하는 x 값요.
중학생들은 많이 대답 못하고, 고등학생들은 대답 못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것을 다른 말로 뭐라고 해?
- .....
= 방정식을 xxx 한다 라고 하는데 뭐라고 하지?
# 방정식을 푼다.
= 원의 정의가 뭐야?
- 동그란거요.
= 초등학교에서는 원을 동그랗다고 하겠지.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안해. 어떠한 도형을 원이라고 해?
# 주어진 한 점으로 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이렇게 정의된 평면도형은 원, 입체도형은 구 이다.)
고등학생들도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 별로 없다.
= 자연수가 뭐야?
- 소수도 아니고 분수도 아니고 음수도 아닌거
= 자연수는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 무엇을 자연수라고 해?
# 1, 2, 3, 4, 5, 6, ....
= 정수가 뭐야?
- 음의 정수, 양의 정수
= 그건 '정수를 어떻게 분류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정수가 뭐야?
- 소수도 아니고 분수도 아닌 거
# ... , -3, 2, -1, 0, 1, 2, 3, 4, ...
= 유리수가 뭐야?
- 분수, 소수, 유한소수, 순환하는 무한소수
= 그래, 유리수 중에는 분수도 있고 소수도 있고 순환하는 무한소수도 있어.
 그런데 어떠한 수를 유리수라고 해?
# "정수/정수" 꼴로 나타낼 수 있는 수
 자연수나 정수는 '이런게 자연수야' 하면서 그 원소들을 나열하지만
 유리수는 나열하지 않고 유리수가 되는 조건을 적는다.
위의 수체계에 관한 질문은 고등학생들도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
= √2 가 뜻하는게 뭐야?
- 루트 2
= 그래, 이걸 루트 2 라고 읽지. 루트 2가 뜻하는게 뭐야?
- 2의 제곱근
= 그럼, 제곱근이 뜻하는게 뭐야?
# 제곱하여 2가 되는 수( ±√2 를 뜻함)
 √2 는 두 수중에 양수를 뜻해요.
고등학생도 이러한 대답을 잘 못한다.
=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뭐야?
- a^2 + b^2 = c^2 요
= 그래,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이렇게 되지.
 그럼, 이 수식을 말로 설명해봐.
- 네?? 말로 설명하라구요?
= 엉~ 말로 설명해봐.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운 사람은 이 식은 다 외우고 있어.
 그런데, 이 공식 몰라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는 문제 못 풀어?
 이 식이 뜻하는 것은 알고 있어야지. 그래서 말로 설명하라고 하는거야.
#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 왜 i^2 = -1 이지?
- 왜냐면, i = √-1 이니까요. <==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도 드물다.
= 그런가? i 를 그렇게 정의 했어?
- 네 ~.~;
# i^2 = -1 인 이유는 i 를 그렇게 정의 했기 때문에 그래요.
한번은 내가 고1을 가르치다가 옆에 보이는 
여러종류의 교과서와 문제집 들을 모두 펼쳤다.
어떤 교과서나 문제집을 떠 들어보아도 i = √-1 라고 정의하는 것은 없었다.
어떤 책이던 '제곱해서 -1 이 되는 수를 i 라고 한다.'라고 정의 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답하는 것을 못봣다.
질문을 많이 적어서 내용이 길어졌지만, 이런류의 질문은 정말 많다.
함수가 뭐야?
x 절편, y 절편이 뭐야?
직선의 방정식에서 기울기의 정의가 뭐야?
이등변삼각형의 정의가 뭐야?
log 가 뭐야?
행렬의 정의가 뭐야?
단위행렬의 정의가 뭐야?
역행렬의 정의가 뭐야?
lim 가 무엇을 뜻해?
무한대(∞)가 무엇을 뜻해?
Σ 가 뜻하는게 뭐야?
미분이 뭐야?
적분이 뭐야?
타원의 정의가 뭐야?
쌍곡선의 정의가 뭐야?
포물선의 정의가 뭐야?
일반각에서 삼각함수는 어떻게 정의해?
그런데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을 하는 것을 별로 못봤다.
왜 그런가 나름데로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시험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에는 '3a + 5a 를 계산하면?' 이라고 묻지
 '3a + 5a = 8a 인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묻지 않는다.
시험에는 '다음 방정식의 해를 구하여라' 라고 묻지만
 '방정식의 해가 뭐냐?' 라고 묻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방정식의 해가 뭔지도 모르면서 해를 구한다는 자체가 납득이 안간다.
시험에는 '다음 행렬의 역행렬을 구하라' 라고 묻지
 '역행렬의 정의가 뭐냐?' 라고 묻지 않는다.
 역시, 역행렬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역행렬은 구할 줄 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
시험에는 '다음 함수의 도함수를 구하라' 라고 묻지
 '미분이 뭐냐?'라고 묻지 않는다.
 미분이 뭔지도 모르면서 미분을 할 줄 알고 
 미분을 이용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시험에는 '다음 보기 중 유리수를 찾아라'고 묻지만
 '유리수의 정의가 뭐냐?'라고 묻지는 않는다.
 유리수가 뭔지도 모르면서 유리수를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시험에는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원의 방정식을 구하라.' 라고 묻지만
 '원의 정의가 무엇이냐?'라고 묻지는 않는다.
 원의 정의도 모르면서 원의 방정식을 구할 줄 안다는 것은 
 수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경험을 말하면, 중학교 3학년 3월에 수학선생님이
"역수의 정의가 뭐야?"라고 질문을 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분자, 분모를 바꾼 수요~~~"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말하면, 나도 중3 때 역수가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다.
그 때 나름데로 충격(?)을 먹어서 그 이후로 역수의 정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희망하는 것 중 하나는 위의 질문들이 시험문제로 나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서술형 주관식 문제도 섞어서 낸다고 하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서술형 주관식으로 낼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단순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것을 내었으면 좋겠다.
혹시 '이런 것은 나 처음 보는데? 왜 이런걸 물어보는 거야?'
라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은 수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것이 수학 시험에 나온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내가 학생들에게 반 농담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가끔 한다.
 '정의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내가 위에 질문한 것들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보자.
그것들을 정확하게 알아야 수학을 잘 할 수 있다.
출처 : 칼럼
글쓴이 : 밝히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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