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안녕 UFO> 영화를 봤어요..^^
그 영화에서 시각장애인으로 나온 이은주를 보구..
갑자기 저도 궁금해진 거 있죠..^^
그래서 오늘 한번 해봤어요..^^
사실, 한달을 계획했는데..
오늘 하루만 하고 포기하려구요..^^;
두려움이 많이 앞서는 건 어쩔수 없더라구요..^^;
그래도 재밌고 뿌듯한 경험이였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오는 날이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밑에는 오늘의 체험을 하고 난 뒤 느낀점을 적은 거예요..^^
수요일인 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하네요..
어쨌든 굳은 날씨 속에서도 즐거운 마음, 여유로운 마음 잃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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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기나긴 두시간의 여정
의지할 곳이 없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모든 감각을 손과 발에 맡긴 채 조금씩 내딛는다.
가끔씩 벽을 만난다. 머리를 부딪히기도 한다. 목적지의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순간도 나를 놓치지 못한다. 간혹가다 쭉 뻗은 길이 나온다.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때 나는 자유롭다. 오직 그 순간만 다가왔으면 하는 소망을 품지만 이내 장애물을 만나곤 한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옆에 누가 지나가는지, 내 옆에 누가 앉아 있는지, 모습은 어떤지,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화장품의 향기와 향수가 남녀를 구분하는 데 있어 조금의 도움을 줄 뿐이다. 그 외에 핸드폰 문자소리라든지 발소리라든지, 차소리, 지하철 오가는 소리...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는 이것뿐이긴 하지만 착각 속의 상상은 늘 위험 또한 존재하는 법,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을 터, '왜 내가 이 체험을 하고 있는 걸까?', '그냥 눈만 뜨면 쉽게 갈 수 있는데..' 의심 속의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내 속의 악마가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눈을 감고 길을 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때면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무감에 휩싸인다. '굳이 힘들게 갈 필요가 있을까?', '이건 부질없는 짓이야.' 눈을 감고 시각 장애인인척 하며 막대기로 내 앞을 두드려 가며 담담한 미소로 조금씩 앞을 나아가지만 머릿속에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지하철 안에서 자리에 앉아 있을 땐 참 편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감아야 하니 잠을 잘 수 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사실 전부터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숙제를 하곤 했지만, 체험기간에도 그렇게 행동한다면 당황해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았다.
학교를 향해 한발짝 한발짝 옮겨 가는 이른 아침, 길을 가며 한분 한분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고비의 순간을 넘기곤 했다.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목소리를 들으며 어림짐작이긴 하지만,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로 나이는 40~60대 사이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분들은 신호등 앞에서 내 손을 잡아 길을 안내해 주셨고 지하철 계단에서도 손잡이를 찾게 도와주시거나 아니면 내 손을 잡고 같이 내려 가주시는 등 그 분들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희망의 촛불 앞에 있는 듯이 편안해졌다. 비록 나의 짐작이겠지만, 길을 가는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내가 조금의 실수를 했을 때 이해와 용서를 해주신 것 같고 길을 찾기 위해 지팡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위를 살펴볼 때는 지팡이의 걸리적 거림을 피하기 위하여 내 주위에서 멀리 떨어져 걷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 올 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출구를 찾은 것처럼.. 그들은 나의 행동에 걱정을 하며 내 주위를 감싸면서 차가 지나갈 땐 어느 쪽으로 피하고 앞에는 우체통이 있으니 어느 쪽으로 가라는 등 눈은 감고 있었지만 그래서 언제 어디서 부딪칠지 모르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난 용기의 샘솟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교실 뒷문 앞에서 눈을 떴다.
두시간의 짧은 모험이였지만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린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그제서야 숨을 고르시며 자리에 앉아 지금껏 느낀 점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며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내 손을 보게 되었고, 온갖 먼지로 또 살짝 스쳐 흘러내리는 조금의 피가 두 손을 감싸고 있었다.
사실 체험을 한달 동안 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허나,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눈이라는 손쉽게 길을 걷게 할 수 있는 대체의 것으로 나에겐 선택이 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 같다.
'진정 내가 더이상 눈을 뜰 수 없다면'을 상상해 본다. TV 와 영화를 보고 길을 걷다 시각 장애인을 보며 또 가끔씩 상상을 하며, 내가 그 상황이라면 과연 나는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허나, 그것은 어떤 동경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상상일 뿐이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지난 시간동안 그러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 안타깝게 말해본다. 허나, 오늘의 체험으로 전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커졌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 그리하여 나의 꿈인 상담원과 사업가로의 활동 앞에서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며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려 세상의 환한 불을 서서히 밝히기를.. 성인으로의 출발 앞에서 한단계 성숙을 일으키며 미래의 멋진 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비록 1일 체험으로 막을 내리지만, 역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나 역시 그것이 힘듦을 몸소 체험함으로서 더욱 겸손해지고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나의 입장에서가 아닌, 남을 배려하고 남을 우선시하려는 노력과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꾸기 위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항상 이기려 하고 그럴수록 순수한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이번 체험은 나에게 있어 또 성인으로의 출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이고 최후의 행동이였음을 말할것도 없거니와 정말 좋은 기회로 많은 깨우침을 얻었던 것 같다.
문득 체험을 마치고 나니 이 말이 머릿 속을 멤도는 것을 무엇일까.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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